AI는 우리가 알던 문명을 해체할 것이다
존 그레이 성님의 책 리뷰는 에세이 못지 않게 재미있다.
경제 너머로 눈을 돌려보면 ‘문제 해결’이 가진 문제점이 더욱 명확해진다. 이혼율 증가는 가족 해체의 증상인가, 아니면 여성 권익 신장의 징표인가? 조력 사망이 일상화된 사회는 개인의 자율성을 높이고 고통을 줄여주기 때문에 더 나은 사회인가, 아니면 타인이 살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생명을 평가절하하기 때문에 더 나쁜 사회인가? 무엇을 문제로 간주할 것인가는 팩트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 판단의 영역이다. 모든 사회에는 엇갈리는 이상과 규범이 존재하며, 이는 공동체와 개인 간에, 그리고 그 내부에 갈등을 유발한다. 테크노크라시(기술관료제)가 좀처럼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관리형 정부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 가치에 대한 합의를 전제로 한다.
AGI는 생명의 가치나 선택의 한계와 관련된 윤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여기서 겪는 어려움은 사안의 복잡성 때문이 아니다. 가치의 충돌이라는 것은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 그 자체 때문이다.
인공지능(AI)이 주는 형이상학적 충격은 물질도 지능을 가질 수 있다는 깨달음에서 온다. 사회정치적 충격은 인간의 지능이 그 희소가치를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통번역가, 광고 카피라이터, 대학교수, 사무 변호사, 회계사, 헤지펀드 트레이더가 되고 싶다면 다시 생각해 보라. ‘지식 계급’은 산업혁명 당시 트랙터에 일자리를 잃은 농업 노동자들이 겪었던 것과 유사한, 그러나 훨씬 더 빠른 속도의 궁핍화에 직면해 있다. AI는 실리콘밸리 미래학자들이 약속한 ‘풍요의 시대’를 열기는커녕 새로운 대량 빈곤의 시대를, 그리고 이와 함께 새로운 형태의 혁명적 정치를 초래할 위험을 안고 있다. 녹색당의 유아적인 좌파 포퓰리즘은 앞으로 다가올 보다 강경한 정치 운동들의 전조에 불과하다.
Gray J. (2026, April 22) AI will dissolve civilisation as we know it. The New Statesman. https://www.newstatesman.com/culture/books/book-of-the-day/2026/04/ai-will-dissolve-human-autonomy